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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

Gwang-Mo Ku Solo Exhibition

9 June - 7 July, 2022

그리움을 그리움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리운 말들이 세상으로 나올 때 낙화하는 유성처럼 모두 부서져 버리기 때문이다. 봉인하고 가두어 언제 가는 나조차 모르게 소멸되어 가는 그림자들의 시간...

“온 세상의 모든 일은 그리움 투성 이다”

과연 그곳이 있을까?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잊는 어떤 시간

거꾸로 몸이 매달려 몇 번인가 혼절한 후에도 기쁜 눈물의 시간

오늘은 4시간 만에 10미터를 움직였다. 수 없는 번민과 고통과 아주 짧은 잠깐의 각성 뒤 기쁨과 의식의 명료함과 냇가의 박하풀 같은 천연각성제. 내가 생각이 1mm 자랄 때에는 타인의 모습에서 꽃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아니 실은 그렇게 보면 모두 보인다. 한 순간도 걷어내지 않으면 흐려지고 마는 게 내가 가진 호수다.

작업을 마치고도 어떠한 미동조차, 일어서질 못한다 이 적요와 고요함의 평화가 달아 날까봐.



추상화는 얼굴보다 더 솔직하여 벌거벗은 임금님보다 더 적나라하다. 작은 구멍 속에 들어가 겨우 고개를 내밀고 밖의 눈치를 보는 다람쥐와 같은 신세지만, 그러나 또 별들의 횃불이 되는 선물 또한 동시에 다가온다.

그러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대다수는 그렇게 여행하다 사라진다. 그렇다면 별들의 횃불이 있기나 한 걸까? 그러나 자신이 횃불이라고 한다면, 그건 생명이 꺼진 죽어버린 횃불이다. 다만 나는 침묵하고 걸어가야만 한다. 어딘가에 있을 문을 향하여 달팽이처럼 움직이다 한번 일어서기 위하여 세 시간을 투쟁한다. 그런 날은 집안을 정리하고 몸과 마음을 더욱 단정히 한 후에 화폭 앞에 앉는다

오늘이 마치 생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소멸과 순환의 시간 <The Consolation of Philosophy>


“철학은 시대의 고통과 인간 영혼의 상처를 읽고 치유하는 의사다”ㅡ니체

구광모의 작품은 아프다.

무언가 아카데믹한 구조가 없고 서사도 보이지 않는데 '쿵' 하고 던진 내면의 이야기가 내것같아 심연으로 깊게 빠져든다. 여러 겹으로 칠해진 색들과 거칠게 춤추다 스스로를 지우는 붓 터치를 따라 마치 숨을 쉬듯이 그림 저 안쪽 너머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이내 고요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면서 나를 꼼짝 못하게 휘감아버리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그렇게 낯선 듯 낯익은 나를 만나는 시간위로 불현듯 눈물이 흐른다.

그의 작품들은 자기학대와 자기연민이 무한 반복되는 슬픔의 무간도에 머물다 순례, 용서, 빛, 그리고 영원을 이야기 하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자아 성찰의 절박한 토양이던 그의 캔버스 위 거친 상처와 그 흔적들은 명상의 빛과 덧칠하고 지우는 덧칠하고 지우는 고행을 통해 비워지며 고요함을 만난다.

그 적막한 고요함을 만나면 눈을 감고 나의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내가 보인다.

내가 있는 동시에 내가 없어지는 중인……

구광모의 작품은 모순으로서의 삶의 본성과 그것이 부정되어야 할 필연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창조하도록 자극한다. 심연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기투하는 넘침과 상승의 정조를 전달하고 초월에로 향하는 행위를 한다. 작품은 이렇게 『철학적 위로』가 된다. 화가의 캔버스 위를 스치듯 만난 '찰나의 이야기'들은 관람객이 각자의 ‘나’를 만나게 하고 나의 상처를 충분히 아파해주고 나의 욕망을 만나고 나의 좌절을 만나 그렇게 투명해진 시간에 나를 보듬어 안아 평온으로 이끈다. 화가에겐 예술이란 자신이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니체의 그것처럼 작품은 철학을 예술화함으로써 데카당스를 물리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하려 한다.

우리모두 아프다. 모두가 지치고 우울해졌다. 실업과 폐업, 관계에서의 고립…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들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그것에서 위로를 얻는다. 철학은 그렇게 기존의 절대주의적 가치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그런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내면이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예술은 그런 철학을 행위 하게 한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작가와 관람객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TIME
Public time: TUE - SAT 2pm - 5pm
Advance reservation: TUE - SUN 11am - 7pm

Admiss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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